사진-소중한 기억들/포토스터디

셔터를 누르자 너는 꽃이 되었다

우담바라 2007. 11. 24. 14:36
[한겨레] 좋은 사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훌륭한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촬영하고자 하는 대상, 즉 피사체와의 교감이다. 특히 인물사진이 그러하다. 사진가가 피사체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그와 얼마나 소통하는지 피사체에 대한 이해의 폭에 따라 사진의 질도 달라진다.

인물사진은 사진에 대한 초보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좋은 장르다. 실패해도 다시 촬영하면 되고, 성공하면 집에 걸어두거나 선물로 주면 좋다.



인물사진을 제대로 찍는 법을 알아보자.

칭찬은 피사체를 춤추게 한다

⊙인물 배치를 서서히 바꿔본다=초보자들의 실수는 처음부터 시작된다. 피사체는 사진의 중앙에 어색하게 머물러 있고 그에게만 신경을 쓰다 보니, 그보다 몇 배나 많으면서 불필요한 여백이 그대로 남은 사진이 됐다(위 사진1). 실망하지 말고 다시 시도하자. 눈을 파인더에 바짝 대고 사각의 모서리를 둘러보면서 천천히 사람을 보면서 인물을 꽉 차게 담아서 촬영하자. 얼굴만 꽉 찬 사진부터 점점 뒤로 빠지면서 크기를 줄여나간다(사진2와 사진3).

어디선가 본 듯한 사진을 흉내내거나 새로운 포즈를 무리하게 시도할 필요는 없다. 아직은 그런 사진을 찍을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촬영자와 피사체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촬영하게 될 것이다. 약간은 촌스럽게 웃고 있는 사진으로 우선은 만족하자.

⊙1단계: 열 컷 이상 찍으며 변화를 준다=초보자의 경우 두세 컷을 촬영해도 전혀 다른 동작의 사진이 찍히는 경우가 흔하다. 이제부터는 한두 컷을 촬영하고 포즈를 바꾸지 말고, 적어도 열 컷 이상 비슷한 크기에서 아주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촬영을 이어가도록 한다(사진4).

⊙큰 소리로 찍는다=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큰 소리로 인물을 격려하고 칭찬한다. 그러다보면 멋진 표정과 포즈가 인물에 ‘잠깐’ 스친다. 그리고 잡아챈다. 일반인도 프로보다 더 멋진 모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실의 세계와는 달리 세상과 분리된 사진 속에서는 아주 작은 행동의 변화도 크게 보인다.

⊙1차 작품을 꼼꼼히 살핀다=좋은 사진을 만드는 과정에서 촬영 이외에도 중요한 것이 있다. 이 작업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서 최종 사진의 결과가 달라짐을 명심하자. 그것은 ‘살펴보기’다. 촬영이 끝나면 반드시 사진을 다시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무엇이 마음에 들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남들에게 없는 자신만의 고운 부분이 한두 군데는 꼭 있다. 그곳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 사진을 찾아낸 뒤에는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듣는다. 주위에 사진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더욱 좋다.

⊙2단계: 인물의 곡선에 주목한다=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는 포즈의 다양성에 관심을 갖고 촬영한다. 지금까지 사람의 정면을 보면서 촬영했다면, 이제는 피사체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사진을 만들어본다. 사람을 직선으로 보지 말고 몸 전체를 곡선으로 보면서 프레임에 배치하는 연습을 한다. 커다란 에스(S)나 원의 한 부분처럼 사람을 보자.

⊙유명 사진을 분석한다=이런 시각으로 피사체를 보는 것과 동시에 유명 작가들의 인물사진도 눈여겨본다. 무엇이 나와 다른지, 어떤 감정과 느낌을 카메라에 담았는지 추정한다. 광고사진이나 잊지 못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나 뮤직비디오의 장면 속 인물과 같은 분위기의 사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사진5).

⊙인공조명이나 플래시를 활용하라=야외에서 인물사진을 찍으면 태양의 위치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인물사진의 경우 역광(피사체의 뒤편에 태양이 있는 상태)에서 촬영하는 것이 좋다. 인물과 주변이 분리되어 훌륭한 사진이 만들어진다. 단 역광에서는 얼굴이 어둡기 때문에 아름다운 인물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보조광으로 플래시를 사용한다. 역광의 극적인 느낌이 살아 있는 선명한 사진이 된다. 노을이 질 때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플래시가 없다면 주위에 있는 흰 종이를 반사판으로 이용한다. 역광을 흰 종이에 반사시켜 얼굴에 비추며 촬영을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실내 조명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색온도를 잘 맞추면 조명이 없이도 분위기 나는 사진을 만든다. 이때 감도를 올려 촬영을 해야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얻는다.

창은 태양광을 걸러주는 필터

⊙손홍주가 좋아하는 조명 하나=부드럽고 나른한 느낌의 사진을 좋아한다. 이런 사진을 얻으려면 값비싼 조명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고 이동에도 불편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방법은 멋진 장소를 찾는 것이다. 주로 창이 있는 실내 공간을 고른다. 갑자기 추워진 요즘의 날씨에도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창은 강한 태양광을 한번 걸러주는 필터 구실을 하기 때문에 얼굴에 떨어지는 빛이 부드러워진다. 이때 모델은 하염없이 창밖을 보게 한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보다 분위기 있는 사진이 만들어진다.

처음에 촬영했던 사진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인물사진 실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동시에 피사체가 된 사람들의 소중한 자료로도 보존 가치가 있다. 이제 카메라를 들고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손 내밀어 보자. “내가 널 찍어줄게”라는 말과 함께.

글·사진 손홍주/ <씨네21> 사진팀장·경성대학교 외래교수 lightson@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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